지난여름, 출장으로 거제도에 다녀왔다. 거제도에 가서 제일 놀랐던 건, 버스 배차 시간. 12시 약속이라 충분히 여유 있게 11시에 나왔는데 버스 도착 예정시간이 1시간 후.. 버스 정류장에서 한 시간 동안 앉아 버스가 오는 방향을 바라보며, 비바람과 (때마침 태풍까지 왔다) 싸우다 보니, 모든 일정이 끝나면 조용히 숙소에서 뒹굴다 돌아가고 싶어졌다. 그렇게 가게 된 거제도 게스트하우스 스테이캄.
스테이캄 위치 및 공간 소개
스테이캄에 가기 전에 생각했던 게스트하우스의 모습은 앞에 바다가 펼쳐진 탁 트인 뷰가 있는 곳이었는데, 막상 도착해보니 골목길 사이에 위치한, 어릴 때 살던 주택의 정겨움이 느껴지는 곳이었다. (바다가 가까워서 옥상에 올라가면 바다를 볼 수 있음)
1층은 카페로 운영 중이며, '그래, 어릴 때 이런 계단이 있는 집에서 살았었지..' 추억 소환하며 계단을 올라가면 2층에 숙소가 나온다.
공용 공간(거실) 모습. 엄마가 방문 열고 나오면서 "밥 먹었어?"하고 물어볼 것 같은 느낌. 익숙한 느낌의 공간이 주는 따스함이 정말 좋았다.
스테이캄 카페 및 조식
게스트하우스에 머물면 아침 조식을 5,000원에 먹을 수 있다. 5,000원이라고 해서 별 기대없이 '맛이나 볼까' 하는 마음으로 첫날만 신청했는데, 여태 다녀본 숙소 중 (호텔 제외 ㅋㅋ) 가장 마음에 드는 조식이었다. 사장님, 요즘 커피값이 5,000원인데 커피 한 잔 값에 이렇게 차려주셔도 되는 거예요? 묻고 싶을 정도.
아니.. 초점을 음식에 잡으라고, 카메라 양반아...
이럴 줄 알고 한 장 더 찍었는데,
역시나 초점이 안 맞았다.
잠시 아이폰의 도움을 받아볼게요.
음식 사진은 중요하니까요.
이렇습니다 : )
맛있고 건강해지는 느낌.
후식으로 깨알같이 끼워주신 브라우니까지.
커피도 체인점 커피보다 훨씬 맛있어서
한잔 더 사마셔야지! 했는데,
사장님께서 무료로 리필해주셨다 ㅠㅠ
사장님, 감사..랑해요!
카페에서 바다가 보이지는 않지만,
골목길 뷰도 충분히 낭만적이었다.
비가 와서 더 좋았는데,
음악 들으면서 멍 때리다가
읽으려고 가져간 책은 표지만 보다 왔다는 이야기..
이틀 내내 내가 앉았던 자리.
창문으로 보이는 골목길 풍경이 좋았다.
스테이캄 - 주변 관광지
거제도에 차 없이 뚜벅이로 여행을 간다면, 꼭 이 숙소를 추천하고 싶은데, 숙소에서 즐기는 옛날 감성도 좋지만, 근처에 의외로 볼 게 많았다. 숙소 앞바다에 구조라 유람선 터미널 (외도/내도 행)이 있고, 숙소 뒤, 골목길을 따라 올라가면, 샛바람소릿길이 나오는데 자연이 만들어준 테마파크 느낌으로, 공포체험, 천국 체험 (아래 사진 참고ㅋㅋ) 등등이 가능하다. 또 걸어서 5분 거리에 외도널서리 카페가 나오는데 멋진 바다 뷰에 실내는 온통 초록이들로 가득한 카페로 정말 맘에 쏙 들어서 이틀 내내 출근하듯 갔다.
샛바람소릿길의 시작.
숙소 사장님께서 혼자 가면 무서울 수 있다고 하셨는데
믿지 않았다.
포토존이 있네? 하며
해맑게 걸어 올라가기 시작했는데...
공포체험의 시작..
진짜 무서웠다.
태풍 때문에 비가 오락가락하는 날씨라
사람이 거의 없었는데
가끔 사람 마주칠 때마다
그 사람마저 무서워 보이는..
서로 엄청 경계하게 만드는 길이었다.
동행이 있었다면
자연이 만들어준 지붕을 감탄하면서
재밌게 걸었을 것 같은 느낌.
꼭 친구와 함께 가세요 :)
그래도 포기하지 않고 걸어갔는데
길의 끝에서 만난 풍경은..
천국..?
새소리가 끊임없이 들려왔고
바람이 불었고
꽃들이 하늘거렸다.
이런 풍경을 보다니..
나 그동안 착하게 살았나? 싶었던 곳 ㅋㅋ
더 올라가면 구조라성이 나온다.
마침표 찍는 기분으로
성의 끝까지 올라가
들숨날숨 크게 한 번 내쉬고,
다시 공포 체험하러...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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